두산인문극장# 전시<숨을 참는법>
<숨을 참는 법>은 우리가 익숙하게 여겨서 놓치는 일상을 다시 깨울 수 있는 경험을 선사해준다. 맨 처음 접하는 작품은 큰 나무화분에 나팔이 붙어있고, 나무에서 파이프가 뻗어나와 CCTV를 가리는 등 일상적인 물체를 새롭게 인식하게 한다.
휘장을 지나 마주친 새로운 전시물(오랜만에 만난 네 명의 대학동료는 맛집을 찾아다녔다)은
목재로 이뤄진 전시물이 실로 톱니바퀴처럼 촘촘하게 맞물려 움직이고 있었다.
정체모를 움직이는 작품의 중앙에는 유리전구가 있어 빛을 내고 있는데 그 빛에 비춰진 전시물의 그림자는 끊임없이 움직이고 있었다. 그곳에 있는 나는 마치 세상이 세상같지 않은 것 같았고, 겹겹이 겹친 그림자들이 공간을 지배하는 것 같았다.
사실 내가 발딛고 있는 공간이 불안정하다고 느껴지니까
감정적으로도 괜시리 불안함을 느꼈던것 같다.
또 다른 휘장을 지나쳤을 땐 매우 어둠고 작지만 거슬리는 전자음같은 소리가 나고 있었다. 어두운 곳에서 정체모를 소리가 나니 두렵기도 하고 어떤 현상으로 소리가 나는건지 궁금하기도 했다. 이 작품은 지친 일상에 소진되고 파묻혀있는 현대사회 속 개인의 평범한 삶을 투영한다고 브로셔에 적혀있는데, 개인적으로는 전시물을 통해서 부정적으로 느낀 감정들이 많아서 현대인들의 삶이 이렇게나 피폐한걸까 하고 생각했다.
전시를 보면서 '기묘하다.'고 생각한 적은 꽤 있었지만 '벗어나고 싶다'고 생각한건 처음이었다. 불편한 감정을 느끼기도 했지만 어쩌면 마주치기 힘들었던 진짜 일상을 깨우치기 위한 시간이 아니었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