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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산다 (~2024)

회사생활 마무리

by 뷰우 2024. 10. 24.

이번 회사는 마무리하게 되었다.

퇴직의사를 밝히기 전 근 한달은 마음을 잡으려 해도 일할 마음이 도무지 생기지 않아 힘들었다. 
내가 맡은 파트원들과 내 역할에 대한 책임감때문에 꾸역꾸역 일했다..
맡은 역할과 직급을 생각하면 정신을 차려야했지만 도무지 동기부여가 되지 않았고 변화될거란 기대가 없었기에 퇴사하기로 했다.
 

퇴사하게 된 배경

팀 리더가 바뀌면서, 임원과 팀리더가 나에게 의존하는 부분이 많아졌다. 
내가 맡은 역할의 범위가 넓어진 것은 사실 반가웠지만
팀리더는 그 이외의 본인이 해야하는 역할들까지 나에게 의존하기 시작했다.
프로젝트의 방향성을 결정하거나, 일정을 짜는 부분들에 있어서 크고 사소하게 나에게 의존하기 시작했다.
 
임원이 함께하는 회의자리에서는 주로 팀리더가 낸 의견으로 진행된 기획안들이 부정적인 피드백을 받았다.
본인이 진행시킨 기획안들에 대한 피드백이 나왔을 때 대처가 몹시 실망스러웠다.
본인이 진행시킨 게 아닌 것처럼 모르쇠로 일관하고, 핸드폰을 하거나 컴퓨터를 하는 등의 모습으로 초지일관 대처했다.
그러고 나선 작업자들만 모인 회의에서는 열심히 이 기획안대로 하면 안되는 이유에 대해서 설명하는 것이다..
참고로 기획안은 팀리더가 참석하는 2번의 회의를 거쳐 다듬어 지기 때문에 크게 바뀌지 않는다. 
거기에 회의 외 팀리더가 있는 사내 메신저 상으로도 수없이 이야기가 오고 간 흔적들이 있는데 
임원이 의견을 제기할 땐 다른 세상에 가 있는듯이 행동하고 작업자들이 모여있는 회의에서는 신나게 의견을 피력하는 모습이 나에게는 본인이 질 책임은 나에게 떠넘기고, 본인이 취하고 싶은 것들만 취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팀 리더가 바뀌면서, 팀원들까지 나에게 의존하기 시작했다.
퇴사의사를 전달한 걸 파트원에게 말하자, 팀리더가 바뀌며
팀리더는 휴먼리소스 관리만 하고, 프로젝트 관리는 내가 하게 되어 많이 힘들었을 것 같다고, 고생했다는 말을 했다.
나는 전혀 들은 적이 없는 내용이었다.
그런 건 들은적 없다고 말하니, 내가 없는 곳에서 팀리더가 팀리더 본인은 휴먼리소스 관리를 하고,

프로젝트 관리는 내가 전적으로 하기로 했다 말한 것을 들었다며
나와 팀리더가 합의한 내용인 줄 알았다고 대답했다.
나에게는 지시하지 않고서, 팀원들에게는 내가 프로젝트 관리를 도맡아 하기로 했다고 말한 것이다.
 
그때서야 팀원들이 나에게 문의하는 내용들이 이해가 됐다.
팀원들은 일정에 관한 이슈나 구현상 업무 진행이 불가능한 이슈가 있을 때 나에게 찾아왔었는데 
내가 맡은 파트가 아닌 경우에도 종종 이런 문의가 있어 당황스러웠고, 
팀원들은 결과, 즉 팀성과에 대한 문의까지도 내게 했다. (물론 이건 나의 담당업무 상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한다.)
어차피 나도 팀리더에게 결정을 구해야 하는 상황인데 왜 이걸 나에게 물어보지?라고 생각하고
팀리더에게 물어보면 팀리더는 나에게 어떻게 하면 되냐고 역질문을 했다..
이런 의뭉스러운 상황들에 대한 퍼즐이 그제서야 맞춰진 것이다.
 
팀 리더가 바뀌면서, 맡은 업무들이 너무 많아졌다.
팀리더는 같은 파트 출신이 아니기에, 파트 내 업무에 대해 설명해도 이해하지 못했고, 이해하려는 노력도 없었다.
욕심이 많은 스타일이었기 때문에 본인이 진행하고 싶은 기획안에 대해서는 밀어붙였고 일정과 관계없이 진행이 됐다.
내가 업무량이 너무 많다고 말하자, 내가 맡은 파트는 일이 없게끔 진행할거라고 하고 강행했다.
그렇지만 당연히 작업을 들어가기 시작하면 내가 맡은 파트의 손길이 필요했고, 일반적인 절차상 해당 작업에 대한 담당자는 우리 파트가 맡게 됐다. 
 
더 힘든 건 다른 팀에서 요청하는 것들이 무문별하게 적용되기 시작한 것이다.
나는 다른 팀에서 하자는대로 무조건 하는 게 아니라 우리가 필요한 것들을 분별해서 해야한다고, 
지금 다른 팀에서 요청하는 걸 다 하기엔 팀에서 소화 불가능한 업무량이라고 말했다.
팀리더는 내 말에 지금은 요청하는 팀 의견을 따라야하고, 따라야 하는 이유는 '줄을 서야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팀리더는 팀원들에게 우리 팀 업무 볼륨이 늘어난 걸 '다른팀에서 요청한 걸 들어줘야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런데 내가 봤을 땐 원래해야했던 업무 + 팀리더의 욕심으로 추가된 업무 + 다른팀에서 요청이 온 업무가 쌓여있었고,
이 중에 팀리더는 본인의 욕심으로 추가된 업무와, 다른팀 요청으로 들어온 업무는 조정할 수 있었다.
본인이 팀리더니까.
모두 하고싶으니 팀원들에게는 다른팀 요청으로 일이 많다는 식으로 본인 욕심으로 강행하는 업무들은 뒤로 숨기고 업무량을 조절하지 않았다.
 
이와중에 임원은, 내가 다른 팀과의 회의에서 요청을 거절하는 역할을 해야한다고 했다..
양측 팀 리더가 주관하고, 팀원들이 참석하는 회의인데 팀리더는 팀리더가 된 지 얼마 안됐으니 그 자리에서 우리팀의 상황을 설명하고 중재해야 하는 건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니 내가 해야된다고 말했다.
팀리더는 '줄을 서기 위해' 내가 봐도 이상한 업무를 요청받아도 본인이 직접 하려고 달려들었다. 
그것이 실무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내 상사인 팀리더가 하겠다고 달려들어도 난 그걸 중재해야 하는 역할이었던 것이다. 
 
팀리더가 경험이 없는 사람으로 바뀌며 해야하는 사람이 일을 하는 것보다, 할 수 있는 사람이 일을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이 상황은 나에게 업무적으로나 책임적으로나 큰 부담을 안겨주기 시작했다. 
 
 
맡은 업무는 많아지고 책임범위는 더 넓어졌지만, 인정받을 순 없었다.
난 화장실 다녀올 시간도 없이 일했다. 팀원들은 으레 아침마다 한두시간씩 커피챗을 했지만 나에겐 그런 시간조차 사치였다.
내가 맡은 업무의 퀄리티는 점점 떨어지기 시작했고, 팀리더를 돕기위해선 퀄리티가 유지되어야 하기 때문에 (팀 내에서 나만 혼자 하던 업무였고 팀 성과와 직결된 업무였다.) 의견을 여러번 냈지만, 내가 받은 답변은 '어쩔수 없다. 그냥 되는대로 해야지 어쩌겠냐' 식이었다.
해당 업무는 타 부서와 임원까지도 개입하는 부분이었기에 퀄리티가 중요했는데 팀리더의 무대응으로 나는 맡은 업무를 기존보다 퀄리티를 내지 못하는 사람이 되었다. 퀄리티를 유지하기 위해 퇴근 후 개인 시간을 쓰지 않으면 안됐고, 업무시간엔 대체로 내 업무보다는 다른 업무를 대응하는 데 시간을 쏟아야만 했다.
 
맡은 업무뿐만 아니라 팀 자체 업무량이 많아지며 안정성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팀에서 발생한 문제는 대체로 다른 파트에서 발생했는데, 다른 파트는 해결에 안이했고 항상 우리파트에 해결을 떠넘겼다.
그걸 해결하는 작업은 주로 끝단에 있는 우리파트 일이었고,
팀리더는 문제해결을 한 경험도, 할 의지도 없기 때문에 모두들 내가 내리는 결정만을 기다렸다. 
그렇게 문제가 발생하는 날이면 나는 내 할일을 할 새도없이 문제해결을 대응하는 데 시간을 보냈다. 
그러나 내가 한 일들은 항상 돌발대응이었기 때문에 일로 취급받지도 않고 인정받을수도 없었다.
팀리더는 본인이 할 수 없는 업무이기에 돌발 대응 업무 자체를 없는 존재감처럼 취급했고, 때문에 해결한 것을 인정해주지도 않았다.
 

무엇이 문제일까?

내 퇴사 소식을 들은 임원이 나와 면담을 잡고 처음으로 꺼낸 말이 내가 있어서 지금의 팀리더를 앉혔다는 말이었다.
난 내가 느낀 부담감과 스트레스의 원인을 그 말에서 조금 찾아낼 수 있었다.
 
그래도 그냥 다닐 수 있지 않겠냐?고 하겠지만 사실 나에겐 이런 일이 처음이 아니다.
항상 내가 맡은 일을 최선을 다해 하다보면 팀리더는 자신의 업무를 쥐도새도 자연스럽게 넘겨버린다. 나조차도 모르게..
나는 지시받은 적이 없는데 팀리더 고유의 업무들을 하는 상황이 생기는 것이다. 
내가 모르는 뒷단에서 팀리더가 팀원들에게 앞으로는 나에게 팀장한테 문의하는 영역을 나에게 문의하라고 하거나 하는 식인데 ..
나는 나와 갈등을 겪었던 팀리더들이 나에게 넘기고 싶은 게 본인들의 '리더로서의 옳은 결정을 해야하는 책임감과, 업무' 지
리더십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리더십이었다면 나에게도 말하고, 정상적인 이양 절차를 거쳤을것이라고 본다.
그렇다고 내가 리더십을 가지고 싶은 사람이냐? 라고 물어보면 나는 책임감이 강하고 스트레스에 취약한 편이기에 아니다.
나에게 리더십을 일부 위임하고 싶은 것이라면 당연히 권력을 좋아하겠지라고 지레짐작하지 않고 내 의견도 좀 물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정말 나눠야만 한다면 제발 협의와 합의과정을 통해 넘겼으면 좋겠다.
내가 힘들단 말을 해도 어쩔수없지라는 식으로 넘어가고,
버틸수가 없어 어쩔 수 없이 그만두는 상황이 지금으로선 고달프다.
 
 
이제는 시니어급이라 다른 일을 하기도 애매한데, 일단 이런 문제는 내가 회사생활을 하면 계속 발생할 문제라고 판단이 되어
당분간은 휴식하며 내 성향에 맞는 일을 찾아보려 한다.
 
사회생활을 오래 하신 분이 이 글을 읽으면 나의 상황에 대해 어떻게 대처하는 게 맞을지 조언도 받아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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