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 나의 친구들이여, 친구란 없다.
사랑과 틈
강의의 시작은 짧은 시로 시작되었다.
하나의 울림. 그것은 진리 자체가 인간들 가운데로 들어오는 것. 은유의 눈보라 가운데로.
진리 자체가 인간들 가운데로 들어온다. 틈이 생긴다.
틈은 사랑의 형태(에로스, 아가페, 필로스)마다 다른 모습을 띄고있다.
에로스는 원래 하나였던 인간이 두려운 제우스가 인간을 둘로 쪼갰다.
에로스는 그 쪼개진 나의 반쪽과 자신과 완전히 결합되는 모습이다.
때문에 둘 사이에 서로 거리가 없고 틈이 없고 온전히 하나가 된 상태이다.
아가페는 내 안에 타자가 들어왔다는 점에서는 필로스와, 간극이 있다는 점에서는 에로스와 다른 특징이 있다. 타자와 나는 별개이지만 내 안에 들어가 있다.
대립이 무너지면서 나와 타자가 같아지는 것이다.
내 안의 타자를 밖으로 꺼낼수도 없고 내 안에 계속 품고 있어야 한다.
아가페에 대해 설명해 주실 때 예를 들어주신 칼에 빗대어 말하면
칼은 나와 떨어지면 내가 죽기때문에 어찌보면 날 살아있게하며,
모순적으로 나에게 상처를 주는 존재이다.
더하여 나를 불가능하게 하는 것을 품고있는 것이다.
그것이 아가페라는 사랑이다. 란 말씀을 듣고 공감을 했다.
이 강의에서 중요하게 다뤄진 필로스는
관계사이의 간극, 틈으로 인해 생기는 사랑의 감정이 된다.
우리는 종종 누군가의 부재를 떠올리게 되고, 그 사람의 부재, 죽음을 생각하면서
그 사람에 대한 감정이 더욱 애틋해짐을 느낀다.
여기서 그 사람의 부재는 나와 그와의 틈을 만들어 주는데 이 틈을 통해
사랑의 감정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 필로스인 것이다. 즉 사랑을 유지하는 것은 '거리'이다.
개인적으로는 세가지 사랑에 대한 설명 중 가장 이해가 많이 갔고,
나의 평소 생각과 많이 닮아있다고 생각했다.
오 나의 친구들이여, 친구란 없다.
오 나의 친구들이여 라는 문장은 친구란 없다. 라는 현재형 문장에 의해
아직 오지 않은 혹은 지나간 시제일 것이라고 추측되어진다.
그렇다면 친구란 없다는 현재와 나의 친구들을 부르는 부름 사이의 틈은?
별 의미가 없어보이는 쉼표이다.
친구를 부르며, 친구가 없다고 말하는 이 모순적인 문장들을 쉼표가 이어주는 역할을 한다.
쉼표를 통해 둘 사이의 시간적 간극이 좁혀질 수 있는 것이다.
여기서 우정을 가능하게 하는것은 앞의 오, 나의 친구들이여 라는 부름에 있다.
이 부름에 응답하면 친구가 되는 것이다.
우리는 응답할 수 있는 능력이 있으며
이것은 곧 응답해야 하는 윤리적 책임이 주어 진 것이라고 볼 수도 있다.
사랑
우리는 '사랑해'라는 말을 관습적으로 말한다. 이 말은 다른사람들로부터 반복되는 말이다.
그렇지만 우리는 이 말을 말하며 사랑을 느끼게 된다.
'사랑해'라는 말을 반복적으로 하면서 연인으로서의 임무로 사랑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부름에 응답하여 친구가 되는 것과 비슷한 모습이기도 하다.
사랑은 내게 틈이 있는 것이고. 내 안에 들어온 타자를 통해 나를 양분하는 것이라고 한다.
사랑을 하면서 겪게되는 많은 고민들과 모습들을 생각하며
알음알음 이해했던 강의의 내용을 조금 더 현실적으로 이해할 수 있었다.
강의를 들으며 들었던 생각은
어쩌면 사랑은 사랑이라 이름붙여진 조금은 의무적인 틀 안에서
우리가 차곡차곡쌓아가는 모습이 아닐까 였다.
그래서 내가 생각하던 마냥 설레이고 두근거리는 것 만이 사랑이 아니라,
현실적으로 우리가 맞닿아 있는 고민들과 문제들 역시 사랑에 속해있는 것이겠구나,
하고 더 포괄적으로 사랑이란 것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었다.
더해서 내가 사랑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던 감정 역시, 사랑이었단 것도 알게 되었고..
하.......어려웠지만, 사실 아직까지도 이해가 안되는 부분도 많지만
어쨌든 나의 감정을 조금이나마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계기가 된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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